봉은사 폭력점거 사태
김 광 수
(정의평화불교연대 공동대표)
(한양여자대학교 교수)
1.
우선 세상 일부터 이야기하고 넘어가자. 몇 안되는 정신 나간 사람들에 의해서 온국민이 우롱 당하고, 민주주의가 파괴되고, 국가의 명운이 흔들리고 있고, 심지어는 초등학생들 조차도 대통령의 하야(下野)를 외치고 있다. 우리는 물론, 이런 대통령을 좌시해서도 용서해서도 안될 것이다. 많은 기업들이 강압에 못 이겨서 무슨 재단을 설립하는 데 수백억을 내었고, 나쁜 사람들은 그 기관을 이용하고, 권력과 지위를 이용해서 나랏돈을 도둑질 하였다. 또 이들들은 앞으로도 올림픽타운 등 더큰 엄청난 도둑질을 꾀할 원대한 계획을 수행하다가 이제야 비로소 들켜버렸다고 한다. 또 우리나라의 대 재벌인 삼성은 이와는 별도로 자진해서 그 나쁜 사람들에게 수시로 수백 억씩을 주었다고 한다. 다 신문에 난 이야기들이다. 왜 주었을까. 그래서 이 기업들은 피해자일까. 이들은 그리고 그 이상의 댓가나 이권을 얻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이 죄인들을 수사하고 벌을 주어야 할 검찰이 국민을 속이고 죄인들을 풀어주고 있다는 데서 국민의 분노는 더해만 간다. 죄인을 벌주는 검찰 기능이 마비되었으니 국민의 손으로 직접 끌어내릴 수 밖에 없는 일이다. 이런 생각들을 하면 화가 나서 견딜 수가 없다. 예수님도 “가장 크게 분노하는 자”라고 했다지. 그건 그렇고. . .
2.
1987년의 일이니까. 약 30년 전이다. 당시 서의현 총무원장과 변밀운 스님 사이에서 종권다툼이 있었다. 이것은 당시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는 상황 이었는데, 이들은 서로 앞다투어 “노태우(盧泰愚) 대통령후보 당선기원 법회”를 열었다. 당시 민정당 후보였던 노태우 씨를 당선시킴으로써 그 이후 종권을 서로 다투어 보장받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일은 그것으로 끝나지 않고, 더 큰 사건이 일어났다. 변밀운 스님 쪽이 당시 집권하고 있던 서의현 체제를 전복시키기 위해서 봉은사(奉恩寺) 사태를 일으킨 것이다. 어찌 되었건 당선자 노태우는 변밀운 스님 편이었다. 변밀운 스님은 그것을 믿은 것이다.
스님은 승가대 학인스님들과 약속을 한다. 자신을 밀어주면 중앙승가대를 발전시켜주겠다고. 이렇게 밀운 스님은 승가대 스님들을 전면에 내세워 폭력으로 봉은사를 점거(占據)하였다. 그리고 이 거사의 성공으로 봉은사 분규는 일단락되었다. 그러나 이는 노태우 정권을 등에 업고 노태우가 변밀운 쪽을 밀어주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거사(擧事)였다. 그러니까, 스님들이 권력과 재물을 탐하여 다투는 종권 다툼 그 자체도 문제이지만, 여기에는 그것을 정치권력의 힘으로 성사시켜온 상황에 더욱 뿌리깊은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그것은 종권을 스스로 정치권력의 시녀로 만드는 것이다. 더욱이 정권의 도덕성이 문제가 될 때 그 폐해는 더욱 심각해 진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날까.
3.
우선, 스님들이 정치권력의 앞잡이가 되면, 자신의 종단권력(宗團權力)이 보장된다. 그리고 자기 문중(門中) 집단의 사찰 혹은 전체 종단에 대한 정부지원(政府支援)이 쉬워진다. 정부지원이란 것은, 잘은 몰라도 아마도, 사찰문화재 보호 보수 관리 지원금, 템플스테이 지원금, 국립공원 입장료 등등이 될 것이다. 그 분야에 과문해서 더 큰 덩어리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지만. 요즘 도는 말로는, 스님들이 신도님들의 시줏돈 가지고 절을 운영하지는 않는다고 한다.
이렇게 정부 돈을 받는 절들은 신도님들이 내는 시줏돈에 연연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이렇게 나라에서 나오는 이 돈들이 오늘날 스님들의 도덕적 타락에 큰 기여나 한 것이 아닐까? 즉 종교계의 지원에 의해서 부패 정권이 집권하고, 그리고 그들이 그 댓가로 주는 돈. . . 이명박 정권이 이나라를 하나님께 봉헌하듯이. . . . 그리고 정권에 아부하면 할수록 이런 눈먼 돈들은 더욱 큰 액수로 굴러들어오지 않을까? 그렇게 된다면 스님들은 수행에 관심이 있을까? 신도님들께 관심이 있을까, 아니면 정권에 더 관심이 있을까?
정치권력(政治權力)이란 중요하다. 매우 중요하다. 그것은 인민이 먹고 사는 것, 의식주, 즉 그들의 생존(生存)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정권을 잘못 선택하면 전쟁이 날 수도 있고, 핵무기가 개발될 수도 있고, 많은 국민들이 길바닥에서 얼어죽을 수도 있다. 그런데도 스님들은 자신들의 종권다툼을 위해서, 그리고 이권을 위해서 지금껏 독재 정권의 시녀 노릇을 해 왔다. 그리고 부패한 독재정권을 지지해 왔다. 그 죄가 크다.
3.
한번은 국회의원 선거 직후에 불교신문을 보니 “조계종, 수도권 포교활동 실패 !”라고 큰 기사가 났었다. 나는 수도권 포교에 관심이 매우 많다. 눈이 번쩍 뜨여서 내용을 보니, 투표 결과, 수도권에서 보수여당을 지지하는 표가 적게 나왔다는 것이었다. 그러니까, 그들의 생각으로는 정부여당을 지지하는 것이 바로 포교활동이라는 것이다. 이토록 상식 이하의 논리가 판을 치는 것이 바로 대한민국 조계종이다. 청와대에서 온갖 죄를 짓고, 민주인사를 죽이고 감옥보낸 자들을 또다시 권좌에 기용하고, 매국적 범죄자를 풀어주고, 민주인사를 고문 시키는 악랄한 검찰의 우두머리, 그 우두머리를 지휘하는 “우병우”라는 사람을 내쫒지는 못할망정, 그 사람이 청와대 불자회 회장이라는 것을 즐기고 있는 것이 우리 총무원 스님들이다.
자, 악마(惡魔)를 돕는 집단이면 바로 악마 집단이 아니던가. 국민을 괴롭히고, 독재와 전횡을 일삼는 집단을 지지하고, 당선기원 법회를 하는 조계종이라면 그게 바로 국민의 적이 아니던가. 부처님의 정법을 펴지는 못할망정 국민을 괴롭히는 독재집단의 하수인이라면 그것이 바로 마군이 집단이 아니던가. 마왕 파순(波旬)은 그리 멀리 있지 않다.
4.
조선시대로 거슬러 올라가서, 문정왕후(文定王后)는 조선 13대왕 명종(明宗)의 모친으로서, 보우스님을 모시고 여러차례 불사를 일으켜서 우리 스님들 사이에서는 칭송을 받는다. 그러나 그 여자는 문종을 왕세자로 하기 위해서 어린 왕세자 인종(仁宗)을 여러차례 죽이려고 하였고, 결국은 왕권찬탈을 위해서 왕위에 오른 지 9개월 만에 인종을 독살하고 나이어린 문종을 내세워 섭정하였다. 뿐만 아니라, 정치의 실권은 그녀의 동생 윤원형(尹元衡)에게로 넘어가서, 수십년동안 윤임(尹任) 집안과의 싸움으로 나라는 망가져갔다. 그것이 이른바 소윤(少尹)과 대윤(大尹) 사이의 당파(黨派)싸움이다. 그리고 조선은 이렇게 피폐해진 국력으로 인하여 임진왜란을 맞게 된 것이다. 어찌 보면 문정왕후의 권력욕과 사악한 심성이 임진왜란을 불렀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문정왕후의 악정(惡政)에 대하여 과연 얼마나 허응당 보우 스님과 당시의 불교집단은 올곧게 대처하셨는지, 아니면 당시 불교 세력이 이러한 사악(邪惡)한 집단의 든든한 지원집단이 되었던 것이나 아닌지 우리는 심각히 반성해 보아야 한다. 조선의 역사를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에게라면 이 시대가 불교로서는 자랑스러운 시대가 아니고 대단히 부끄러운 시대였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는 것이다.
5.
얼마전 4월 13일에 치러진 국회의원 선거 당시에는 조계종 총무원장님께서 여당 국회의원 후보인 나경원 의원의 선거운동을 하셨다고 한다. 그 나경원 의원은 이른바 대표적인 여당의원으로, 이 새누리당이란 요즘 벌어지는 망국적 최순실 사태를 초래하게 된 중심 집단이다. 이들이 아니었다면 최순실과 박근혜의 국정농단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총무원장 스님은 바로 이 나라를 망친 장본인을 위해서 선거운동을 하신 것이다. 통탄스럽지 않은가. 조계종이, 총무원이 나라를 망치는 집단의 시녀 노릇을 하는 데만 골몰한다는 오늘의 상황이.
그뿐만이 아니다. 년초 노동자들의 집단시위가 있었을 때, 정당한 노동자들의 요구를 대변한 한상균 조합장이 조계사로 피신을 했고, 정치적 박해를 피하여 종단에 도움을 요청했을 때, 우리 종단은 조계사 신도회장을 앞세워서 그를 내쫒지 않았는가. 도대체 종교란 누구를 위해서 존재하는 것인가. 극소수 사악한 권승들의 작태로 인하여 올곧은 스님들과 사부대중의 믿음이 이렇게까지 타락해도 되는 것인가.
6.
지금의 정권을 이야기 하자면, 많은 이야기들이 밝혀진 대로, 대통령과 함께 최씨 자녀들이 국법을 어기고 죄를 짓고, 호가호위(狐假虎威)하며 권력을 누리고 국정을 농단했다고 한다. 그 결과 나라가 망가지고, 국제적 위상이 실추되고, 국가 경제가 파탄 나서 국민들은 대통령 하야(下野)를 위치고 있다. 문제는 이 대통령이 그러리라는 것을 오래전부터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런 줄 알면서도 후보로 내세운 새누리당 의원들이나 이명박 전 대통령, 그리고 기업들이 오히려 더 나쁘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동안 언론사에서도 알만한 것은 알았으되, (강압이 무서워서 보도를 못한 것이 아니라) 앞 다투어 그런 일은 전혀 없는 듯이 덧칠해 온 것이 가장 큰 잘못이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 조계종은 조금의 부끄러움도 없이, 조금의 주저함도 없이 그동안 지금의 독재정권을 찬양하고 지지해 왔다. 그리고 성정(性情)이 비단결 같은 우리 조계종 신도님들은 “총무원이 지지하니까”, “총무원장님께서 옳다고 하시니까” 충심(衷心)으로 그 의도에 따라왔다. 그리고 거기에 이의를 다는 종도들을 해종(害宗)행위, 해종 인사라고 낙인(烙印)을 찍었다. 그러니 이것은 낙인이라도 너무도 무분별한, 맹목의, 눈먼 낙인행위 아닌가. “종단이 부끄러운 줄 알라”는 것은 바로 그래서 나오는 말이다.
사악(邪惡)한 정권에 기생(寄生)하여 일신의 향락을 취하는 가짜 중들의 일이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로되, 그럴수록 반성하고 정화하여 부처님의 이름으로 더 이상 민중에 죄 짓는 일은 하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이 간절하다.
------------------------------
'광수생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불교닷컴 정평불 원고 5- 헬조선의 복판에서 (0) | 2017.01.30 |
---|---|
불교닷컴 정평불 원고4 - 큰스님 감별법 (0) | 2017.01.30 |
불교닷컴 정평불 원고 2- 부처를 비방하면 지옥가나요? (0) | 2017.01.30 |
불교닷컴 정평불원고 1. 그런 깨달음은 없다 (0) | 2017.01.30 |
광수생각 16-18 깨달음이라는 환상 (0) | 2016.03.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