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닷컴 정평불 원고 2- 부처를 비방하면 지옥가나요?
부처를 비방하면 지옥가나요?
김 광 수
(정의평화불교연대 공동대표)
(한양여자대학교 교수)
“부처를 비방하면 지옥 간다 !” “아 무셔라 ~`~~~!!! 지옥에도 여러 종류가 있다던데. . . . . ” 그런데. . . , 누가 부처를 비방하나요? 그리고 어떻게 하는 것이 부처를 비방하는 것인가요?
1.
불교를 비방하는 사람들 중에서 대표적인 것은 기독교인들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이야기하는 지옥이란 것은 기독교의 지옥이 아니라 "불교의 지옥"으로서, 기독교인들에게는 아무리 불교지옥에 간다고 해도 의미가 없는 말이지요. 하나님을 믿지 않는 사람에게 "너 하나님을 욕하면 하나님이 벌 주신다"해도 누가 겁먹겠어요? 그러니, 이 말은 기독교인 대상이 아니라, 불교 신앙이 돈독한 사람에게나 유효한 것입니다.
그런데 불교를 믿는 사람이라면 부처를 비방하지 않겠지요? 그러니까 이것부터가 어딘가 논리적으로 좀 수상하다는 점을 눈치 채실 수 있겠지요? 어쨎든, 이 말은 불교를 독실하게 믿는 사람에게 하는 말입니다. 그리고 이런 말을 듣고 지옥 갈까봐 겁을 내는 사람이라면 상당히 불교를 독실히 믿고, 상당히 순진하신 분들이라는 것을 짐작하시겠지요? 그러면 이런 말을 하는 사람들은 누구이겠습니까? 기독교인들은 아니겠지요? 무언가 불교를 옹호하는 집단의 분들이시겠지요? 당연히 스님들이시겠지요?
2.
상황은 이렇습니다. 이 얘기는 순전히 불교집안 내에서 일어나는 일입니다. 즉 불자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일이라는 말이지요. 이교도와의 문제가 아닙니다. 누가 누구를 불교라는 이름으로 비방을 했습니다. 그런데 비방을 받은 쪽에서는 자신들이 불교를 대표한다고 생각하며 그것이 자기 집단 일부분이 비방 받은 것이 아니라, 불교가 비방받았다고 간주하는 겁니다. 자기 집단이 불교를 대표하는 집단이라는 겁니다. 그래서 비방받은 사람들은 <그들이 불교를 비방했다>고 주장합니다. 그렇다면 이렇게 비방을 받는 집단은 누구겠어요? 상대적으로 비방하는 사람보다는 기성 불교 교단을 대표하는 사람들이겠지요? 그러니 잘 짐작되듯이, 이런 말을 하는 분들이라면 대개는 교단의 기득권적인 개인이나 집단이 될 것입니다.
3.
그런데, 이 말씀이 지어내거나 가상(假想)의 것만이 아닌 것이, 실제로 우리나라에서는 불교 교단이 그동안 권위가 없었고, 승려의 수행(修行)도 법답지 않았고, 사회적 신분도 미천했었습니다. 그동안은 전문 성직자로서의 위상도 다른 종교보다 못했고, 승려들의 자질도 일반 속인이나 다른 전문 직업인보다도 뒤떨어졌던 것도 사실입니다. 스님들끼리 싸우는 것도 텔레비전에서 지겹도록 보아 왔구요, 정치승려도 많이 보아 왔구요, 대부분의 스님들이 그저 절에 들어오는 시주를 개인적인 수입으로 챙긴다는 사실도 다 알고 있구요. 스님이 속인들 못지않게 (일부 극소수 청정한 스님들도 있지만) 술담배 많이 드시고 탈선한다는 것 다 알려 졌구요. 무엇보다도 조계종 총무원을 비롯해서 지도급 스님들이 더욱 그러하다는 것이 세상에 많이 알려졌쟎아요? 총무원장님께서 신받뜨인가 알리바바인가 하는 여자(女子) 있는 술집에서 수십 (아니 수백이겠지?) 만원어치 술을 여러번 드신 것도 신문에 자세히 보도 되었구요. 이런 것은 웬만한 사람이면 다 알고 있습니다. 제가 스님들을 흉보자는 것이 아니라 사실적으로 쓰려다 보니 그렇게 됐네요. 아이구, 죄송해라. 그건 이해하시고. . . 그러니, 비방을 하면 누가 누구를 비방하겠습니까? 자기를 비방하는 것을 “부처를 비방한다”고 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대개는 기성종단의 기성 스님들이겠지요.
그런데, 이상하지요. 속인은 왜 스님을 비방할까요? 그 비방도 대개는 비방 받는 쪽에서 보면 비방이겠지만, 하는 쪽에서 보면, 비판이거나, 비평이거나, 건전한 평가거나, 혹은 건전한 대안이거나, 혹은 문제점을 지적하는 일이겠지요? 스님들의 자질 미달이나 탈선이 많으면 많을수록, 혹은 기성교단에 대한 실망이 많으면 많을수록 그에 대한 비판도 많겠지요?
4.
사실 그동안 우리는 그런 스님들에 대해서 실망도 많이 했지만, 그래도 우리는 부처님의 정법(正法)을 믿기에, 그리고 부처님의 진리의 가치를 알기에, 진정으로 교단이 개혁되기를 바라왔고, 그런 마음으로 기성 교단에 대한 잘못을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스님 개인에 대해서가 아니라 불교가 개혁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지금까지 비판해 왔던 것 아닙니까? 또 그런 비판이나 비평이 없다면 어떻게 불교가 개선되기를 바랄 수 있겠습니까.
또 오늘날 우리 불교가 정법(正法)으로 다시 돌아가기 위해서는, 그리고 부처님의 뜻이 다시 이땅에서 선양되기 위해서는 지금의 불교 가지고는 안된다, 불교가 더 이상 이래서는 안된다. 개혁되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그러기 위해서 가장 첫번째로 요구되는 것이 바로 건전한 비판 아니겠습니까? 거기에 대해서 기성 스님들은 무어라고 하셨습니까? 대부분의 종단 스님들은 불교를 비방했다고 하시지요? 심지어 “무슨 언론에는 광고도 주지 마라,” “해종(害宗)언론에 기고하는 자는 해종인자(害宗人者)다” 라고 까지 하면서, 저질 정치가들 이상으로 부끄러운 행동들을 해 오셨쟎아요? 그런 의미에서 저희는 종단 스님들이 말하는 이른바 ‘지옥(地獄)’이라는 데에 가는 것을 두려워 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그 지옥이 무서워서 비판을 그만둘 이유는 없다고 보는 거지요. 그런다고 지옥갈 리도 없구요. 부처님 정법을 세우자는 일이 어찌 지옥 갈 일이겠어요? 타락한 스님들을 비판하는 일이 부처님 정법을 해롭게 하는 일은 아니쟎아요? 만해(萬海) 스님의 글에 의하면 사실은 그분들은 스님들도 아니라고 하지요? 무슨 탈을 쓴 뭐 라고 하던가요. . . 아닌가요?
4.
그동안에도 불교라는 이름으로 불교답지 않았던 것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불교의 역사가 길고 지역도 넓으니까 그런 일이 참 많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런 때마다, "불법을 비방하면 지옥에 간다" 그런 얘기를 스님들 쪽에서 더 많이 했겠지요? 대개는 비판을 받는 쪽에서, 즉 수구(守舊) 쪽에서 했겠지요. 경전의 예를 들어, 인도에서 대승불교 운동이 일어났을 때, 대승 운동가들은 무수한 비방과 박해를 받았습니다. (열반경에 보면 대승을 비방하는 자들에 대해서는 병장기를 써서라도 응징해야 한다는 내용이 나옵니다) 그 때마다 기존의 소승 종도들은 대승의 주장이 불교가 아니라고 비난했지요. 그러면서, 대승 종도들이 불교를 비난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제 역사가 오래 흐른 후에 누구의 주장이 옳았던 지는 잘 밝혀졌습니다. 오히려 반 불교적인 사람들이 불교적이었던 대승운동가들을 "불교를 비방한다"고 몰아치지 않았던가요?
5.
불법(佛法)을 둘러싼 옳고 그른 논쟁은 부처님 당시까지 올라갑니다. 제바달타는 부처님에게 "병약자나 노인이라도 교단 내에서는 육식을 해서는 불법에 어긋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명분으로 그가 부처님 이후의 교단을 맡아서 지배하려고 했습니다. 그것이 그가 반대자들을 물리치려고 했던 종교권력 상의 이데올로기였었습니다. 그러나, 부처님께서는 제바달다를 타이르셨습니다. "네 말도 맞지만, 병약자나 노인에게까지 수행승의 규칙을 일률적으로 요구하는 것은 무리"라는 말씀이셨습니다.
구태여 사족을 붙이자면, 육식을 금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동물을 향한 자비심이겠지만, 그로 인해 병약자나 노인을 향한 자비심이 위배된다면 어느 것이 우선이겠느냐 하는 것과, 개인 수행을 위해서 금육(禁肉)을 하지만, 그것이 자기 수행이라는 자리(自利)에 해당된다면, 병약자의 처지를 애처롭게 생각하고 도와주는 것은 그보다 더 귀한 일이라는 그런 뜻일 테지요. 그러나 무엇보다도 제바달다의 잘못은 금육의 근본 뜻 때문에 아니라, 불교의 교리를 종권탈취의 목적으로 이용하려 했다는 것입니다. 아무리 좋은, 그리고 꼭 지켜야 할 도리라도 그 주장하는 목적이 다른 데에 있다면 그건 잘못된 것이지요. 제바달다에게는 육식이냐 아니냐가 중요한 것은 아니었겠기에 말입니다. 마찬가지로, 자신을 비난하는 사람을 "불법을 비방한다"고 몰아치는 것도, 대개는 반대자를 비난하기 위한 수단으로 쓰는 것이지 그가 정말로 불법에 신념이 있고 불법을 이 한몸 바쳐서라도 위호하고 싶기 때문은 아닐 것입니다.
그렇게 부처님으로부터 이단이라고 지적 받은 제바달다 조차도 철저한 금육(禁肉)주의자였고, 계행(戒行)을 정갈하게 실천하는 사람이었습니다. 과연 오늘날 자칭 불법을 수호한다고 주장하며, 반대자들을 비난하고 반대 언론에 재갈을 물리는 스님들이 제바달타 만큼이라도 잘 실천하고 있을지 의문입니다. 비판받아야 할 스님들이 반성을 하기는커녕 오히려 올바른 비판자들을 방불(訪佛)이라고 비난하고 괴롭히는, 그런 수준 낮은 행동은 이제 그만 하셔야 할 것 같아요. 그러니 적어도 기성 종단의 잘못과 악습을 지적하고 비판해야 할 상황이라면, 지옥 갈 것이 두려워서 할 말을 못할 이유는 없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