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주방랑 4. - 6.29 수요일 압록강. 민박
만주방랑 4. - 6.29 수요일 압록강. 민박
봉황산에서 내려와서 비에 젖은 발을 닦고 말리면서 국수를 한그릇 먹는다.
봉황산성을 하루 잡았는데, 생각보다 일찍 내려왔다.
단동으로 들어가서,
전 날 보지 못한 압록강을 보아야겠다.
12년전에 단체로 한번 왔을 때, 그 앞에서 동료들과 미지근한 맥주를 마시기는 했다.
이번에는 좀더 자세히 보아야겠지만.
북한 놈들한테 납치 당할까봐 두려워서 잘 볼 수 있을 지 모르겠다.
그래도 시도는 해 봐야지.
단동 21중학교
단동에도 고등학교가 21개 이상이나 된다는 뜻. 그러니 단동도 작은 곳은 아니다.
중국은 중학교는 初中(추중), 고등학고는 高中(까오중)이라고 한다. 둘을 합쳐서 중학교이다.
그래서 그들이 고등학교라고 하면 그건 대학을 말하는 게 된다.
혼동하기 쉽다.
대학입시를 까오카오(고고, 高考)라고 한다.
우리보다도 무지하게 치열하다. 고교졸업생 대비 대학 입학 정원이 헐씬 적기 때문이다.
그러니, 중국에서 대학생이라면 일단은 고교에서 공부를 잘했다고 보아야 한다.
국어,영어, 사회, 과학 통틀어서 평균 중3실력이 대부분인 우리나라 대학생들과는다르다.
물리적 조건이 그렇다. (평균이 그렇다)
그런애들 데리고 공부랍시고 가르치면서 학기당 500만원씩을 받아먹는 우리나라는 정말 한심하다.
이런 한심한 제도가 그대로 온존된다는 사실이 한심하다는 말이다.
그런데 오히려, 모순이라면, 그 월급을 받고 편히 사는 내가 이런 얘기를 한다는 것이다.
확실히, 내가이런 얘기를 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 다른 사람이 한다면 몰라도.
시내 차부 (공용터미날, 여기 말로는 커윈짠, 客運站 )앞.
요 빨간 삼발이들이 虎山 가는 유객 차들인데, 호산은 좋지만 (그것도 고구려 산성이라고 한다 -고구려 산성은 참 많다)- 저걸 타고 가서 배타고 가서 북한 가까이까지 가고, 만일 거기 발 디디게 하고, 그렇게 해서 비싸게 받아먹는데, 그게 정말 큰일날 짓이라는 것이다.
연길에서는 많이 그렇게 한다는데, 여기도 그렇게 한다는 게 확인된 것은 아니다.
다만 배타고 북한을 코앞에까지 가서 볼수 있다고 유객한다.
나는 이번 여행을 떠나기 전에 친구들한테서
거기가면 북한군들이 너 잡아가니까 가지 말라는 얘기를 너무 많이 들었다.
사실은 장난으로 한 것인데, (온전히 장난도 아니다)
실제로 내가 그런 이야기들을 여러번 들으니까,
정말로 출발 며칠 전에는 여행 떠나는 것이 두려워 지기도 했다.
만일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정말로 속수무책 아닌가.
방송에서는 압록강 근처 한국 여행객 두명이 소재파악이 안되고 있다는 방송도 나왔다. (6월 20일 쯤이다)
바로 지금이 닦끄네 대통령님께서 북한과의 관계를 가장 험악하게 해 놓으신 때 아닌가.
그렇게 출발했다. 그리고 단동까지 왔다.
그리고 단동은 북중 교류가 가장 왕성한 곳 아닌가.
그래서 전날 저녁때는 숙소(민박) 밖을 외출하지도 않았다.
조심해야지.
그러나, 그래도 압록강은 봐야하지 않겠어?
터미날, 기차역 바로 붙어있고, 거기서 남쪽으로 조금 걸어가면 바로 압록강 철교이다.
살살 조심해서 걸어가 봐야지.
이크, 高麗街?
고려거리? 반갑기는 한데. . . . .
그것도 한국의 거리가 아니고, 조선도 아니고? 고려거리라. . .얄굿네잉.
들어가 보고는 싶지만 조심하기 위해서 그냥 지나친다.
나 무척 조심했네.
북한에 잡혀가면 안되지.
수많은 상점들이 있는데, 저게 다 북한 사람들이 운영하는 가게이거나
북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는 가게 들이다.
으 뜨시.
대통령님은 북한 사람들이 운영하는 음식점에 가서
냉면 한그릇도 사먹으면 안된다고 분명히 말씀하셨다.
정말 지뢰밭을 가는 기분이다.
멀리 압록강 광장이 나타난다.
전투적인 조형물이 나타나니 더 긴장된다.
조심조심 바라보니, 애들도 있고 사람들도 좀 있다.
뭔 일이야 날라구. . . . .
조심스러워서 사진도 잘 못 찍겠다.
누가 안보나 사주를 잘 살피고 몰래 사진을 찍었다.
이렇게 007 공공칠 처럼 다녀도 되는건가.
강건너 보이는 하얀 집들은 북한이다.
갑짜기 가택 수색을 당해서
이거 왜 찍었냐고 닥달 당할까봐 걱정된다.
"이거 북한 나오게 찍으면 안되는 거 아녀? "
철교 가까이 다가가자 사람들이 많아지고, 조금식 안심이 된다.
사람들이 이렇게 많은데 무슨 일이야 나겠나.
유람선 선착장.
북한 가까이 갈 수 있다고 선전한다.
으, 관광부두?
TOURISTS' WHARF?
단동시 당국이 여기를 관광부두 라고 까지 한다면, 다녀도 괜 찮은거 아녀?
저거 보고 조금 더 안심한다.
관광 유람선의 운행 코스
가까이 더 가까이.
조선 곁으로.
지금은 압록강변을 따라서 산책길을 몇 Km 조성해 놓았다.
그리고 그 연변에 음식점들이 죽 있는데, 거의 모두 북한 음식점들이다.
또다시 지뢰밭을 밞는 기분,
인공기.
여기는 압록강 국제 맥주 페스티발. 2016 !!
야, 발전하는 단동이네. 단동 마이 좋아 졌네.
압록강 하구 (서남) 쪽인데,
저 아래가 동항 東港이다. 차로 30분 거리에 있다.
동항 자체가 또하나의 市이다.
인천에서 배를 타고올라치면 바로 저 동항으로 온다는 거다.
어기 발음으로는 "똥깡"이다.
버스 차장들이 "똥깡, 똥깡 !!" 하고 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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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 민박으로 돌아오는 길.
이 민박은 하반화원이라는 아파트 단지 속에 있다.
河伴 花園 (허빤 화 위앤)
중국은 아파트 단지를 대개 화원이라고 이름 붙인다.
"천변아파트"란 뜻이렷다.
한국인이 많이 다니는 지방에는 대개 조선족들이 운영하는 민박이 있다.
아침 저녁 한국식 식사를 제공하고, 일박에 100위안. (18000원)
과거에는 많았는데, 지금은 거의 없어졌단다.
단동에도 두어개 빢에 안 남고
연길에 몇 개 남은 정도이다.
원래 민박은 중국 당국에서는 불법이라고 하는데, (세금 안내고 등록 안하고 하는 영업이니까)
그건 중국 행정당국 애기니까 내가 관여할 바는 아니고,
친척집이나 아는 집에 묵는다고 보면 되는데,
장점은 1. 말이 통한다는 것, 2. 지역 정보를 알 수 있다는 것.
그리고 3. 한국식 가정식 백반을 먹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하루를 거술러 올라가는 이야기지만,
나는 이 민박집을 찾느라고 무척 고생했다.
(여행에서 도시에 도착해서, 일단 그날 숙소-유스호스텔이나 민박 - 찾고 들어가면
그날 해결해야 할 어려움의 1/3은 해결하는 것이다.)
내가 오성급 호텔에 묵거나, 혹은 기차역이나 터미날에서 택시를 바로 타지는 않으니까.
택시 탄다고 해도 그 사람들도 못 찾고 헤매는 거고 (말로는 안다고 하고).
물론, 전화번호와 지도는 가지고 가지만, 지도도 부실하다.
여기 단동 스위스 민박은 지도도 없었다.
(고객들이 전화만 하면 바로 나오시겠다는 거지)
나는 단동이 코닥지만한 줄 알고, "대충 찾으면 되리라" 전혀 걱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단동 역에 내리고 보니, 허허벌판에, 지도도 없이 그저
전화번호 하나(두개) 달랑 들고있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단동을 너무 얕잡아 본 것이다.
방법은 전화를 걸어 보는 것 뿐.
그런데, 이 전화가 아무리 해도 안 걸린다.
아, 방법이 없네.. . . . .
이제는 번지수 가지고 찾는 수 밖에 없네.
허빤화원, 14호루, 1단원, 1502호.
14호루는 14동 같은데, 1단원은 또 뭔가 1차분양 1단지라는 건가.
먼저 묵은 사람이 쓴 자료에 보니,
단동 역에서 버스로 5정거장이라는 데 그럼 제법 먼거 아녀.
일단 버스를 탔다. 그리고 그럴 듯한 데서 내렸다.
분명히 옳은 버스는 아니었다. 다른 버스였다.
그래도 한국에서 얼핏 본 지도로는 무슨 개천가였다.
다섯 정거장 만에 개천가가 나와서 그냥 내린 것이다.
덥다. 짐 무겁다. 개천가 뚝방을 따라 한참 내려가다가
토박이 노인인 듯 한 사람한테 물었다.
뭐라구? 허빤화웬? 두어번 재차 묻더니, 턱으로 에사스레 "저쪽" 그런다.
어찌나 안심이 되던지.
재차, 그럼 어느 족으로, 몇분이나? 걸어서 갈 수 있나요?
계속 숨가쁘게 물었으나, 그 할아버지는 귀찮다는 듯이 대꾸도 안 한다.
안 하면 할 수 없는거고.
일단 가리키는 방향으로 가 보자.
하고 돌아서니, 바로 창공에 높이 떠서 "허빤화웬" 글씨가 보인다.
허빤화웬은 찾았고. . . .
자, 이제 14동? 아는 사람이 없다. 하물며, 1단원? 1단지에 있다는 데. . .
하니 질문은 점점더 미궁으로 빠진다. 아는 사람이 없다.
가게방 아저씨, 아줌마. . .
"1단지면 저쪽이지"
어떤 아저씨의 말에, 나는 그렇게 듣고 저어-쪽으로 가려는데,
다른 아저씨가, "아녀 이사람아, 14동이면 바로 저거 아녀?"
내가, "그런데 아저씨, 여긴 2단지 아녜요? 14동은 1단지인데. . ."
그 아저씨가, "아, 14동 저거여. 맞어"
해서 일단 갔다.
갓더니 아파트는 무슨. . .굉장히 큰 식당이다.
그런데 거기 주소를 봤더니, 14동 2단원이다.
"그러니까, 여기 2단지네. 나는 1단지 가야하는데. . ."
급기야, 경비 비슷한 아저씨한테 물었더니, 그건물, 어디어디로 들어가라고.
알고보니, 1단원이란, 1단지가 아니고, 14동을 둘로 나눠서, 동쪽 입구가 1단원이고, 서쪽 입구가 2단원이다.
아, 하여튼, 전화만 연결되었으면 이 고생을 안 하는 것을. . . .
이제 1502호라?
짠짠. . . . 15층만 올라가면 된다.
아파트로 들어서서, 엘리비이터, 승강기 버튼을 누르니,
승강기가 1층으로 내려와서 내 앞에서 문이 착 열린다.
그런데, 승강기를 타고 문을 닫고, 15층을 눌러도,
아무리 다시 눌러도 불이 안 켜지고, 작동을 안 한다.
어? 이거 에리베이터 고장났네?
어쩐다? 뭘 어째? 걸어가야지.
여기가지 왔는데, 15층쯤 못 올라가냐?
그런데, 중국 아파트는 (아시는 분은 아시는데) 상당히 으슥하다.
15층 까지.. . 긴장 된다.
무슨 일이야 있겠나.
과연 15층 가서 2호. 벨을 누르니,
누구세요? 한국 말이 들린다.
여기 민박 맞지요?. . .이렇게 해서 겨우 찾았는데.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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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 내려놓고. . 자리에 앉아서. . . .
물 한잔 마시고. . . .
아니, 그건 그런데 왜 전화가 안 되었던 거야. . . .
아줌마한테. . . .
" 전화가 아무리 해도 안 되더라구요."
하면서 확인해 볼 량으로 핸드폰을 켜서 누르는데,
아줌마가,
아줌마: "0086. . ." 0086부터 눌러야지요?
나: 예? 0086 눌러야돼요?
아: 예? 안 눌르고두 돼요? 여기 중국 0086 아니예요?
나: 아, 아니요, 제가 몰라서요.
아: 0086 눌러야 돼요. 다른 사람들도 눌려요. 함 눌러 보시라요.
나: 0086-135-0415-4010
아줌마 핸드폰 : 삐리리릿 ! 삐리리릿 !
아이고, 이렇게 쉬운걸. . . . .
아줌마: 저기,기차역에서 102번 버스타면 다섯 정거장인가 해서, 이내 와요.
(아이고 아줌마, 다섯 정거장은 나도 알아요. 102번을 몰라서 그렇지)
나: 근데 아줌마, 에리베이터는 또 왜 고장이예요? 여기까지 걸어 올라왔어요. .
아줌마: "어레베타요? 그거는 이거 있어야 해요" 하면서 카드키를 내 주신다.
나: (아, 그것참. . . . .)
. . . 그래도 하여튼, 스위스 민박 마음에 든다. 밥도 맛있고. 계란 후라이도 잘 해 주시고. . . . .두밤 잤다.
밤에 딸래미하고 카톡 한다
아빠 근데 민박 이름이 왜 스위스예요?
몰라. 그냥 멋 있으라고 한거지.
내일이면 환인(桓仁)으로 출발한다. 단동이여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