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그녀를 이맘때쯤 만났다.
기차로 세시간 거리. 우린 딱 중간 역에서 만났었다.
대학 들어가면 만나야지 했는데
나는 1차에 낙방하여 삼류학교 다니는 실의에 차 있었고
그 아이도 1차에 낙방하여 동네 전문대나 갈까 하던 때였다.
기차역에서 만나 반시간쯤 걸으면 얕은 내를 건너 산기슭이 나오고 조금 올라가면 무덤들이 나온다.
그냥 무덤가에 앉아 있었다.
무슨 얘길 했는지. ..
사월의 찬바람과 따뜻함이 혼재되어 있었다.
들은 황량했으나 새순들은 나오고 있었다.
이맘때의 공기는 늘 4ㅡ50년전 그때를 생각케 한다.
높지 않은 야산의 둔덕을 대하면 그 시절이 생각난다.
삼류대학에 다닌다는 좌절 속에서 홑겹 교련복 하나로 매서운 봄바람을 이겨내야 하던 시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