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챠에서. . .
오르챠의시장통
오르챠에서 2박을 하고 나서. . . , 날짜는 많으니까 디리디리 놀다가 낮에 그저 슬슬 아그라로 이동하면 된다. 사실 아그라로 갈 일도 아니다. 오르챠에 더 있을래도 있을 게 없다. 더 볼 게 없다. 일단 아그라로 이동하자. 다음 일은 그 담에 생각하고.
기차표 예약해 둔 것이 없으니, second class 로 가야한다. 사실 내가 예약을 위해서 노력을 아니한 것은 아니다. 여행사 (그것도 구멍가게다)에 가서 예약표 알아 보고, 웃돈 주고 사는 표 알아보고 했지만, 도저히 기차 표가 없었다. 할 수 없이 second class 로 가야한다. 비극은 이미 여기서부터 배태되었던 것이다.
오후 한시 반 기차를 타고 가려고 한다고 하니까, 세종이 삼촌총각 표정이 안좋다. 그리고 한사코 세시 십분 기차를 타란다. 나는 그 깊은 뜻을 몰랐다.
나는 무거운 배낭을 메고 그저 오토릭샤 합승해서 싼 값에 쟌시까지 나가게 된 것만 기분좋아 하며 쟌시Jhansi 역으로 나갔다.
쟌시 가는 길
무사히 표를 끊고, 무사히 platform number를 숙지하고, 좀 연착했지만 무사히 Agra 행 기차를 탔다.
사실 무사히는 아니다. 인도 기차는 역시 second class는 두 량밖에 안 주기 때문에 메어 터진다. 매달려서 간다. 상황이 그렇게, 어쩔 수 없이 매달려서 가야 햇다. 그렇다고 포기할 수는 없었다. Try 해 보자는 모험심이 발동하기도 했다. 다른 수도 없었다.
메어터지는 기차에 올라탔다. 앞에서는 사람 찡겨서 죽는다고 계속 아줌마가 뭐라고 앙앙대고, 등뒤로는 사람들이 계속 탔다. 인도 기차는 역에서 보통 20분씩 정차한다. 사람들이 계속 타니까 등에 짊어진 배낭이 (크기가 나만큼 큰) 자꾸 머리 위로 올라갔다.
다른 사람들의 짐도 (쌀자루나, 곡식자루나, 이불 포대기나. . . ) 다 머리 위로 올라간다. 그러려니 했다. "인도니까 으례 그러려니. . . ." 배낭이 머리 위로 올라가니 두손을 들어 배낭을 받쳐야 한다. 벌 서는 꼴이 되었다.
그렇게 벌을 서며 아그라 까지 네시간을 가야하나?
그런데, 뒤에서 어떤 사람이 친절하게도, 그 배낭을 저 위에 묶으라고 가르쳐 준다. "와, 그것도 인도 적인 것인가보다. 그런 요령도 다 있구나. . . ." 그러면서 그 사람이 집칸 위에 올라앉은 사람에게 친절하게도 "이 사람 짐좀 받아서 묶어주라"고 얘기까지 해 준다.
그리하여 짐을 묶었지만. 그 무거운 배낭이 대롱대롱 매달려서 간다는 것도 말이 안된다. 여전히 나는 배낭을 머리에 두고 두손을 올려 받아 벌을 서고 있다.
아무리 생각해도 안되겠어서, "어쨎든 이대로는 못가겠다" 싶어서, 내려야겟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다시 짐을 풀러 달라고 하고, 그렇게 해서 비좁은 second class 기차에서 대책 없이 내렸다. 도저히 방법이 없으니까.
바닥에 앉아서 좀 쉬었다가. . . . 이제 어쩐다. . . 다시 오르챠로 돌아간다? 다음 기차를 탄다? 다음기차도 이럴텐데?. . . 그런데 지금 몇시인가? 어? 시간을 보려고 하니, 스마트폰이 없네? 이 주머니에? 저 주머니에? 없네? 어디다 떨구었나?
무거운 배낭을 메고 한참을 찾아 돌아다녔다. 역사에 까지 나갔다가, 다시 플래트폼에 갔다가. . . 그러고 보니, 오른쪽 주머니에 있던 돈도 없어졌다. 아, 쓰리 맞았구나. . . . . 그놈이. . .배낭을 위로 묶으라고 하던 놈이 그랫나? 그랫겠지? 하기야 그리 오랫동안 무방비 상태로 있었으니. . . .. 배낭을 열어야 할텐데, 배낭 열쇄까지 잃어버렸네.. . . .
배낭 열쇄까지 없어진 것을 보니 pick-pocket 이 확실하구나. 필요 없으니까 버린 거지, 도둑님께서 다시 주머니에 넣어 주시기야 하겠는가. 이제 어떻게 한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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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를 정리해 보니, 스마트 폰을 잃어버렸으니, 한국과 문자 연락은 안된다. 이젠 연락 두절. 그놈이 그걸 가지고 무슨 일(국제전화 등)을 할 지 모르니, 빨리 사용중지 신청을 해야 하는데. . . . 그리고, 오르챠에서 그걸로 찍은 고성 사진,풍경 사진도 다 없어졌구나. 이제 어찌 해야 하나?. . . .
일단 아그라를 가자. 그리고 빨리 아그라를 가서, 인터넷 까페가 문닫기 전에 도착해서, 한국에 이메일을 보내서 사용중지를 하라고 애들한테 얘기해야지
그제서야 세종이 삼촌 이야기가 생각났다. 세시 십분 기차는 쟌시에서부터 출발하니까 그걸 타야한다는 이야기가. . . 그깊은뜻이 그제서야 이해가 되었다. 감히 second class 무서운 줄 모르고 아무거나 탈려고 덤벼들다니. . . .
아, 그럼 다음기차 세시 십분차는 좀 낫겠구나 그것 타야지, 이번에는 잘 타야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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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과제, 세시 십분차. 이건 잘 타자. platform number 확인하고, 기다려서 타는데,
아니, 20분 전에 탈려고 보니, 그 기차는 벌써 이미,아까전에 들어와 있고, 사람들은 다 타서 자리에 앉아있는 것이었다. 하여튼 뭐 하나 되는 일이 없다.
하는 수없다. 그저 비집고 들어가서, 나도 막무가내로, 이층 짐 선받이 쯤에 (물론 침대로도 쓰는 곳이지만) 비집고 뻔뻔스럽게 앉았다. 도리 없는 일이다. 그래도 그렇게라도 해서 네시간동안 버티고 아그라에 도착한 것만해도 다행이다.
내가 애초에 이 기차를 안 타려고 했던 것은, 아그라에 도착하면 7시가 넘어가기 때문에, 밤에 도착하면 위험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위험이고 뭐고 없다. 다른 수도 없고. 깜깜한 아그라 기차역에 내렸다. 긴장이 된다. 위험하다.
릭샤군 한놈이 따라 붙어서 영 떨어지지를 않는다. 무서워서 역사 안으로 다시 들어갔다. 한참을 그놈이 들러붙다가 겨우 떨어져 나갔다.
젊은 놈들은 무섭다. 할아버지를 찾았다. 싸이클 릭샤, 즉, 자전거다. 탔다. 너무오래 간다.
이거 빨리 도착해야 하는데. . . . 인터넷 까페가 다 문닫고 들어갔을 텐데. . . . 초조하지만 하는 수 없다. 방법이 없다.
깜감한데를 지나고 또 지나서 거의 사십분 (?) 걸려서 겨우 타지마할 남문 동네 목적지에 도착했다. 샤자한 호텔 (게스트하우스 급) 에 check in 하고, 다행히 호텔 1층에 있는 인터넷 까페를 이용할 수 있었다.
대개 인도 가게는 해 지면 문 닫고 들어가는데, 여기는 그래도 다행이다. 근 한시간 걸려서 느려 터진 인터넷으로, 그나마 영어로 떠드떠듬 딸에게 이메일을 보냈다.
Hi, I have stollen my smart phone, (pickpocketed) at train 어쩌구 저쩌구. . . .
그게 오늘 다섯번째 시련의 전말이다. 그 다음 일은 난 모른다. 일단 잠이나 자자. 더 생각하기도 귀찮다. 밥이고 뭐고 아무 생각도 없다. 언제 밥먹을 정신이 있냐.
아마도 이때부터 , "살아나 가면 다행이다" 싶은 생각이 슬슬 들기 시작했던 것 같다. 여행 11일 째의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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