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내륙 31 (2015. 8.9 일) 곤명(쿤밍)으로
나는 오래전에 대한항공 마일리지를 5만 마일을 모아 둔 것이 있다. 사실 5만 마일이면 그리 적은 것은 아니다. (사업하는 애들이나 배낭여행 매니아들과는 다르지만). 그렇더라도 나는 어쩐 일인지 일찍부터 세계일주가 하고 싶었었다. 일종의 꿈이었다. (세계일주란 것이 말만 세계일주이지 막상 구체적으로 들어가 보면 그것이 허황된 관념의 언어라는 것을 알게 되지만. . . )
그래서 나름 자료도 모으고, 꿈을 키워가기도 했었다. 그게 꿈인 것은 구체성은 별로 없었다는 점이다. 그래서, 5만을 모으면서, 5만으로 갈 수 있는 곳을 찾았는데, 그것은 중국과 일본뿐이었다. 애개? 중국? 그래도 마일리지 5만으로 갈 수 있는 곳 중에서 가장 거리가 먼 곳은 쿤밍이었다.
쿤밍도 나쁘지 않다. 상춘의 나라. 항상 봄인 곳. 겨울에도 꽃이 피는 곳. 꽃의나라 쿤밍. 거기에-는 소수민족도 많고. . .여행지로서 쿤밍은 과히 나쁜 지역이 아니엇다.
내 주위에서 쿤밍에 갔다 온 사람들이 하나 둘씩 늘어날 때에 그들에게 뒤지지 말아야겠다는 시기심, “쟤도 가는데 내가 못가다니. . .” 하는 시기심도 더욱 커져갔다.
그러나, 쿤밍 간다는 게 어디 쉬운 일인가. 무엇보다도 날짜가 나야 하고, 바쁜 일이 없어야 하고, 그리고 돈도 문제다. 비행기표만 있다고 가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그러나 무엇보다도, 혼자 놀러 간다는 게 뒤가 많이 캥겼다. 마일리지 5만마일이면, 그보다는 4인가족 제주도 왕복을 하는게 낫지 않을까. . . 5만 마일을 까먹기가 아까워서 많이도 주저했다. 가난한 가장의 고민이었다. 제주 왕복은 15만원인데, 4인가족이면 60만원. . . 쿤밍도 60만원. . .
그러나 이제 제주도는 쌀 때는 왕복 5만원으로도 갈 수 있게 되었고, 쿤밍도 기차를 타고 다녀왔다. 이제는 마일리지 5만마일이라는 게 그리 큰 의미가 없게 되었고, 그래도 그 5만마일은 오랫동안 나의 해외여행 꿈을 키워주었던 물건이었다.
이제는 더 이상 꿈이 되지 못하는 나의 “5만 마일” 마일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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쿤밍(昆明)은 내가 간직한 오랫동안의 여행 희망이었다. (마일리지가 아니더라도). 그런데 내 가까운 친구가 쿤밍을 다녀왔다. 그 자식은 내게 자세한 이야기도 해 주지 않는다. 그자식이 그리 돈이 많은 놈도 아니다. 시샘이 난다. 종식이도 갔다 왔는데. . . .
옳다. 기차 타고는 못 가겠느냐. 밤기차, 완행 기차 타고라도 가보자. 갔다 오자. 상해 표 20만원이면 되니까, 상해는 동쪽 끝. 곤명은 서 남쪽 끝. 며칠이고 밤차타고 가면 될 것 아니냐. 중국 사람들은 몇날며칠도 그렇게 다닌다더라. 곤명 까지 갔는데, 따리(大理)인들 못가랴. 거기가지 갔는데, 리쨩(麗江)인들 못가랴. . . . .리쨩 뭐 얼마나 좋길래 니가 거기 갔다 왔다고 그렇게 자랑하냐. . . .이렇게. . .소년의 치기지.
지금은 60 넘은 사람이지만, 솔직히, 나는 소년의 치기로 운남성을 갔다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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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명은 상춘(常春)의 나라라고 한다. (자기들 말로도 春城, 봄의 도시라고 한다- 나야말로, 출생지가 강원도 춘성군인데. . . .) 꽃의 도시라고도 한다. 그게 겨울에 춥지 않을 뿐 아니라, 여름에 덥지도 않다. 정말이다.
실제로 내가 갔을 때도 이틀 내 비가 오락가락 하고, 날씨가 쌀쌀했다. 오뉴월 복중에.
이렇게 기후가 좋은 곳인데, 어째서 땅 값이 북경보다 싸지?
그런 것을 보면 사람이란 참으로 불합리한 동물이다.
그러면서도 합리성은 제가 제일 잘 차리는 듯이 행세한다.
냄새 많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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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곤명으로 이동하는 날이다.
사실 대리에서 곤명이라면 그리 문제도 아니다. 버스로 네시간 거리이다.
아침 9시에 버스를 타면 오후 1시면 도착하는 거리이다. 대개 버스는 좌석이 있다. 예매를 안해도 좌석이 없어서 못 타는 경우는 거의 없다. 또 대리-곤명은 버스도 자주 있다.
그런데도, 나는 기차를 하였다. 서울에서 예매를 확실히 하고 가야겠다는 생각과, 버스보다는 기차가 좀 편하겠지 하는 생각 때문에서였다.
사실 이 길은 楚雄(츄송)에서 올라왔던 기차길이다. 왔던 길을 다시 간다는 것도 좋은 루트는 아니다. 그럼에도 빤즈화에서 리쨩으로 바로 가기 싫어서 구태여 택한 로선이다. 별로 내키지 않지만 가벼운 마음으로 이동할 생각이었다.
본론으로 넘어가기 전에 한가지 더. 이젠 더 이상 중국 기차가 그전처럼 여행에 적당하지 않다는 것을 발견했다. 대개 고속철도 (D나 G, 動車나 高速)는 배낭여행자에게는 일반적으로는 비싸다. (KTX값에 해당). 그래서 굳이 K나 T(快速, 特快)를 타는데, 이걸로 이동한다는 게 상당히 피곤하다는 거다. (차라리 버스가 낫다). 무궁화나 새마을 수준이 아니고, 통일호 수준이라는 건데, 사람이 너무 많고, 너무 시끄럽다. 지저분하기도 하고. 아마도 고속철도가 생기고 나서의 변화라고 생각된다. 즉 철도에도 부익부 빈익빈으로 확실히 분화 되었다는 거다.
자, 아침에 일어나서, 따리 역으로 이동해 보자. 기차는 11:14에 출발해서, 16:23 에 쿤밍에 떨어진다. 5시간 10분 걸린다.
나는 중국 여행에서 (누구나 그렇지만) 새로운 도시에 밤 늦게 떨어지는 것은 금물이다. 예약한 유스호스텔을 낮에도 찾기 힘든데, 밤에 어떻게 찾을 것이며, 밤 늦게 가면 문도 안열어 주는 수도 있고, 위험하기도 하고, 길을 잃을 수도 있다. 택시를 탈 수도 없고, 몇 번 버스를 타고 어디서 내리는 지 어찌 알 것인가. 이건 철칙이다.
쿤밍에 오후 네시 반에 도착하는 건 괜찮은 시간 아닌가. 여름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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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따리 YH에서 길을 나선다. 11시 기차라도 여유있게 나섰다.
http://blog.daum.net/wonthong1/15411789
따리 고성 동네. 아침이 일러서 가게들은 아직 문을 안 열었다.
아침을 식당을 찾아서 먹는데, (아마도 국수를 먹었겠지?)
한장 달력 (우리 어릴때 많이 보던 것)에는 이런 말들이 써 있다.
"땀 한 방울이 곡식 한 알 입니다 "
교양인은 음식을 남기지 않습니다.
나부터 반찬을 남기지 맙시다.. . .등등. . .
고성 입구 관광 안내소. 아직은 한적하다.
따리 시내까지 가는 버스를 타는 곳.
관광 셔틀을 타고 여기까지 왔다. 그제 왔던 곳이다.
대리 버스를 타고 (가장 번화한 대리 시내를 구불구불 통과하여. . . )
기차역까지 왔다.
따리 역 대합실
족자에 산수화들을 걸어놓고 있다. 나쁘지 않다.
시간이 되어 개찰을 하고 들어갔는데. 우리가 탈 기차이다.
리쨩에서부터 내려오는 기차이다.
요건 관광 열차라고 해서, 그럭저럭 그림도 붙여놓고 있다.
그러나, 관광열차라고 하기에는 무색하다.
침대칸인데, 침대의 창문이 아래칸 윗칸에 나 있는 것을 확인하세요.
침대는 원래, 상중하 세 칸이다.
편하기는 하칸이 좋은데, 다른 사람이 자꾸 내 자리에와서 앉고, 자꾸 말을 시키고
그래서 나는 하칸을 피한다. 그런데, 중 상 칸은 자리에 앉으면 머리가 위에 닿는다. 앉을 수가 없다. 기대거나 누워야 한다.그게 가장 단점이다.
물론, 상칸은 오르락 내리락 하는데 어려움이 많다. 그러나, 아랫동네와 격리되어 있다는
장점은 있다.
표를 보면, 쾌속(K)이고, 물론, 102.5위안이니까, 18000원쯤 하고,
오른 편에 中鋪(가게 포-점포라고 할때)가 침대칸의 중간칸이라는 뜻이다.
일찌기 상해 홍챠오 역에서 고속철을 놓치고, 소흥 역에 새벽 같이 나가서 끊은 것이다.
맨 아래, 소흥 북역에서 끊었다는 것이 나온다.
중간에 "중국철도(中鐵)은 그대의 유쾌한 여행을 축하한다"는 말이 써 있다.
유쾌한여행은 커녕, 힘들어 죽을 뻔 했다.. . . . .
비맞고, 쫄쫄 굶고, 캄캄한데, 짐차타고 쫄아가며. . . .
암튼, 그렇게 해서 가는데. . . .
비가 계속 오는데, 시원해서 기분은 좋다.
그렇게 계속 가는데. . . .
그런데, 기차가 슬슬 자꾸 역에서 정차 하더니,
정차 시간이 길어지더니
역 아닌 데서도 정차 하더니
이게 그냥 세월이다.
.. . . .
아. . .
이거 이러다가 연착하는거 아닌가 싶은데, 정말로 연착 하는거다.
이거 이러다가 한시간 늦네. . .하다가. .
이거이러다가 두시간 늦네. . .하다가. . .
이거 이러다가 세시간 늦네. . . 하다가. . .
점점 심각해 졌다.
근데도 사람들은 난리가 났는데도 그냥, 그냥 있다. 야, 이거참.
야, 이거 이러다가 깜깜해서야 들어가겠네. . .
. . . . .
그렇게 몇 시간. . . .
(이 이후로는 사진이 없다.
뭐 사진 찍을 기분도 아니다.)
사진 찍을 데도 없고. 밖은 깜깜하고,
기차는 하염 없다.
그런데도 사람들이 가만히 있는 것을 보면 가끔 있는 일인 것 같다.
그런데 점점 심각해 진 것이, 기차는 밤 열시가 넘어서야 쿤밍 역에 도착했다.
네시반에 도착 예정이 기차가. . . 두배가 걸렸다.
그런데 문제는 이제부터이다.
그토록 그리던 꽃의 도시, 상춘의 도시 쿤밍은 밤 늦게
내게 차가운 비를 맞히며 내 앞에 나타났다.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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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에서 내려서 사람들은 쏟아져 나오는데,
찬 비가 제법 많이 내린다. 우산을 써야 할 정도이다.
사람들은 시내버스를 타느라고 아우성인데, (시내버스도 조금 있다가는 끊길 것이다).
나는 시내버스 탈 생각은 엄두도 못 낸다.
(몇 번 버스를 타야 하는지, 어디서 내려야 하는지, 그 비좁은 버스를 어떻게 타야 하는지. . .)
택시를 타려고 했는데, 택시는 내를 상대도 하지 않는다.
사람들을 어디어디 합승 해서 태우는데, 내가 방향을 알겠는가. 동네 이름을 제대로 알겠는가.
. . . .
망연히 서 있다가 밤은 깊어가고. . .
할 수없이, 가이드 북에 있는 저우뗸(酒店-호텔) 에라도 갈 생각을 하고
(이백위안 이상을 쓸 각오를 했다- 비상금이다)
찾아 나섰으나, 찾을 수도 없고, 걸어가면 찾는다고 해도 삼십분이다.
그러면 벌서 11시, 12시가 되는데. . . .
할 수 없이, 가까운 인근 역전 호텔에 들어가서, 물어보니,
값은 고사하고, 방이 없다고 한다.
. . . .
(아, 기차가 연착 하면 역전 호텔이 돈을 벌겠군. . .택시하고. . . )
다른 수도 없고, 그냥 다른 호텔을 찾아서 전전하는 수밖에 없다.
밤은 깊어만 가고. 비는 내리는데,
비를 맞아가며. . . 우산 쓸 정신도 없다.
몇 군데 호텔들을 전전한 끝에,
시장 바닥에 후진 호텔 하나가 났는데,
(시장 바닥에서 돼지고기 굽는 냄새가 진동했다)
250위안이라고 해서,
(그렇게는 못한다. 에라 차라리 곤명 역에 들어가서 밤을 새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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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걸어나와서,
이젠 어차피 한데서 잘 각오를 했으니까. . .
다시 택시와 흥정을 한다.
(이전 기차에서 내린 사람들도 다 사라졌고, 인적도 거의 끊어졌다)
서울에서 인터넷으로 예약했던 유스호스텔 "cloud-land" 지도를 보여주면서,
여기 아느냐, 갈 수 있느냐, 얼마냐. . 하는데, 택시 운전수가 모른단다.
(사실 그 시간에 택시를 타는 것은 좀 겁난다.)
오토바이 꾼(모어투어츠어) 한테 물어보아도자기도 모른단다.
그런데, 옆에서 기웃기웃 하던 한 녀석이
잘 보이지도 않는 지도를 보더니, 좐탕 (篆塘)이라면 자기가 안다는 거다.
그래 ㅡ "그 옆에 유스호스텔 (칭녠뤼써- 靑年旅舍)를 아느냐"니까
글쎄 그런건 잘 모르고, 하여튼 좐탕에 데려다 주면 되는거냐, 그래서
좋다, 그렇다 하고, 가기로했다.
(그의 차는 우리 식으로 보면, 타이탄이나 1톤 다마스 그런 거였다)
50위안인가 달라는 것을 30위안에 가기로 하고 타고 가는데,
밤비 축축히 내리는 곤명 시내를 - 차도 사람도 거의 없는 늦은 밤에. . . .
밤이 늦었다고 유스호스텔에서 안 재워주면 어떻하지?
뭐 방법이 없지. 카운터에서라도 자겠다고 하는거지.
그보다도, (들은 것은 있어가지고) 이놈이 혹시 나쁜 짓을 하면 어떻하지?
나 모르는 데 가서 칼 드리대고 돈 내놓으라고 하면?
뭐 그러면 다 주는 수 밖에.
돈은 다 주더라도 신용 카드는 빼앗기면 안되는데. . .
위험하면, 차가 달리더라도 뛰어내려야 하지 않을까?
그러면, 문 가까이 앉아서. . .차 문을 확 열고 뛰어 내려?
그건 탐 크루즈 영화에서나 본 것인데. . .
가로등도 별로 없는큰 길을 타고 가면서 별 생각을 다 하고. .
아니야 사람을 왜 그렇게 나쁘게만 보니. .
(하면서 운전석 옆을 보니 부처님 장식이 있다.)
아, 그렇게 나쁜 놈은 아니지 않는가. 이놈도 가족이 있겠지. . . .
하여간 별 잡스러운 생각을 다 하고, 쫄아가지고 가는데,
방향이 아무래도 아닌 것도같고,
거리가 너무 멀리 온 것도 같은데,
지도에서 보니 목적지 바로 전에 "춘성대주점(春城 大酒店)" 이라는 호텔이 있던데
호텔이면 늦게까지라도 간판불을 켜 놓지 않는가.
왜 춘성대주점 호텔은 이리도 안 나오는 거야.
그러더니, 어디엔가 세우더니, 다 왔단다.
그래, "춘성대주점"을 안 지났는데? 라고 생각하며 내리니,
도로 지표에 바로 좐탕(ZhuanTang)이라고 써 있다.
아 맞기는 맞나보다. . .
그러면, 이 어려운데 곤경에서 나를 구해 주었으니,
10위안을 더 주자. 팁이라고 생각하고.
고맘지 않느냐.. . . . .
그래서 악수 하고, 고맙다고 하고, 10위안을 더해서, 40위안을 주었더니,
아, 10위안을 더 달랜다. 허?
더 줄수도 있지만. 강요 받아서 주는 것은 . .그건 아니지.
강요받기는 싫지.
에이, 10위안 더 드렸쟎아요. . .
내가 돌아서니, 자기도 별 수는 없다.
서로 기분 좋게 헤어질 수도 있었을 것을.
어쨎든 늦은 밤에 객지에서 목적지 까지 잘 왔으니, 고마운 일이다.
다행히도, 유스호스텔은 걱정과는 달리, 골목 길을 돌아서니 바로 찾을 수 있었다.
12시가 거의 다 되어 찾은 유스호스텔
내부
다음날 아침에 본 것.
멀쩡하네. . . ..